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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Finland

[베호의 일상]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 - Ähtäri Zoo

by 베호 in Finland 2021. 5. 14.

마티아스와의 약속이 취소된 토요일 오전, 처형과 영상 통화를 했다. 장인, 장모님과 처형 가족들이 공룡 엑스포에 가있는 모습을 보니 참 좋아 보였다. 항상 휴대폰 화면 너머로만 만날 수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은 우리 두 딸들에겐 어떤 그림으로 그려질까? 영상으로라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손녀들을 향한 따듯한 온기는 화면 너머로는 전달되지 않는 게 안타깝다. 

 

아쉬운 마음에 우리 가족끼리라도 따듯한 시간을 보내고자 Ähtäri에 있는 동물원으로 출발했다. 

이제야 핀란드에 봄이 오고 있는 듯하다. 바사에서 출발할 때는 이렇게 날씨가 좋았었는데 동물원 근처에 가니 우박이 떨어지고 비가 내렸다. 물론 것도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었지만. 

키키 묘묘라는 TV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우리 주아와 아린이. 살아 있는 판다를 직접 보곤 무척 신기해했다. 처음 보는 판다를 만나서 몇 초 정도 감탄을 하곤 이내 곧 주아는 "판다야 풀을 먹어봐"라고 말을 건다. 이미 친해진 사이인 듯한 말투다. 역시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가까워지는 속도가 어른들과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부쩍 말수가 늘어난 아린이는 "아빠 봐봐요. (판다) 있어요."라고 흥분하며 말한다. 요즘 아린이는 저 괄호 안에 있는 낱말만 바꿔가며 저 형태의 문장을 자주 내 뱉는다. 저렇게 문장을 연습해가며 언어를 배우는가 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언어를 배우는 방법과 특별히 다를 게 없는듯하다. 다만, 어른들 보다 실수에 대한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작아서 배움의 속도가 빠른 것 같다. 

늑대를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펜스에 매달려서 이번엔 늑대에게 비슷한 문장 들로 말을 건다. 아직 아이들에겐 동물에 대한 선호도가 생긴 시점은 아닌가 보다. 다른 동물들을 볼 때 관심을 집중하는 시간이 거의 비슷하다. 다만 동물들이 어떤 자세로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에 따라서 관심도가 조금씩 바뀌는 것뿐인 듯하다. 

이날 우린 동물원 안에서만 총 2.95km를 걸었다. 그러고 보니 작은 딸을 한 번도 안거나 목마를 태워서 걷지 않았다. 이제 우리 아린이도 즐겁게 2.95km를 도움 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첫째는 이날도 여지없이 중간중간 달리기 시합을 하자며 꽤나 뛰었고 또 걸었다. 아빠의 마음이 뿌듯하다. 지금처럼 항상 입에 한껏 웃음을 머금고 뛰고 걸으며 살아가 주면 좋겠다. 

 

애들 머리엔 아직도 양털로 짠 모자가 씌워져 있었던 일요일 오후였지만 엄마 아빠의 마음속엔 이미 따듯한 봄이 찾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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